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카카오페이지 류정혜 부사장 “잘 해내고 싶은 나를 위한 건강 루틴”

정혜님은 ‘카카오페이지 부사장’ 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혜님의 직급을 어느날 우연히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나 이런 사람이야’ 티를 내신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어머,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장난스러운 제 이야기에 그는 ‘타이틀이 뭐가 중요한가요,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하죠’ 라고 답했습니다.

두번째 인터뷰로 류정혜님을 모시게 된 것은 이런 이유였습니다.


류정혜 부사장의 커리어 웰니스

카카오페이지 류정혜 부사장의 커리어 웰니스

정혜님은 가지랩 건강 전략 유형의 전형적인 ‘야근하는 햄릿’ 유형이에요. 지금 하는 일을 잘 해내고,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이 유형은 커리어의 성공을 가장 큰 가치로 추구함과 동시에 강한 내적동기를 가지고 있죠. 그런 분이 일과 삶을 잘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빼기

정혜님, 일 많이 하는 스타일 이실 것 같아요. 1주일에 일하는 시간 얼마나 되시나요?

일이 있으면 그냥 하는거죠 뭐. 정보를 모으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머리 속으로 상상해보며 구상하는 것들이니까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 하는 시간이라고 정하진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운동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는 시간을 따로 빼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한 시간을 하루에 얼마씩 해야겠어 이런 식으로요. 일은 숨쉬듯이 하니까…요.

일은 숨쉬듯이 한다는 말에 빵터졌지만, 저도 돌아보니 마찬가지네요..! 저는 요즘 건강에 무리가 가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정혜님은 괜찮으셨나요?

한때 100시간씩 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건강 관리 못했죠. 지금도 기억나는 일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저 혼자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12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다가 너무 피곤하니까 회사 침대 있는 공간에 자러 들어갔는데, 해야할 것들이 내 머리 위에 말풍선처럼 두두두두 뜨고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오는거에요.

그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딱 드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뭘 했냐면, 친구가 사는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사버렸어요. 엑셀에 1주일 동안 해야할 일을 쫘악 적었는데 진짜 한 200줄이 나오는거에요. 담당하는 사람 해야 할 일 다 적어서 팀장님 한테 보내버리고 뉴욕에 가버렸죠. 그때 진짜 현타왔어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지. 이럴려고 사는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메일 보내버리고 뉴욕 간거죠.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커리어 웰니스 팁 1: 나를 위한 건강 루틴

건강하게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거절도 하고, 조직에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의 나처럼 일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요즘 함께 일하는, 저보다 나이가 좀 어린 분들에게 무조건 30대에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해요. 매끼 밥을 먹는 것처럼 삶에 운동이 디폴트로 항상 하고 있게 만들라는 잔소리를 하죠.

너무 나를 갈아넣으면서 일하고 보니까, 그때 건강하게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싶어요. 그럼 건강을 크게 잃지 않았을텐데.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나오고 했을때도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줄 알았어요. 원래 이런거 다 있는 줄 알았어요. 소화불량, 위염 정도는 다 달고 사는거 아냐? 했는데…

이렇게 살지 말고, 다음 건강 검진 받을 때는 이런거 없애야지 하고 생각하고 운동이든 식단 관리든 자신을 위한 건강 관리를 하라는 이야기 많이 하고 있어요. 30대까지는 체력이 되서 좀 모를텐데 나이 앞자리에 4 찍히는 순간 바로 알게 되더라고요. 관리의 필요성을요.

커리어 웰니스 팁

‘나를 갈아넣으면서 일하고 보니 그때 나를 위한 건강 루틴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네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나를 위한 건강한 시간, 잘 만들고 계세요?

그렇게 잘하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일주일에 2번 아침 7시에 필라테스 가는데, 꼬박꼬박 잘 챙겨가진 못해요. 잘 못 일어나서 필라테스 선생님이 안오냐며 깨워주실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올해 안에 나만의 건강 루틴을 만들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매일 30분이라도 뭔가를 할 수 있게 몸과 마음에 입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커리어 웰니스 팁 2: 내가 사막화되는 것을 막기

건강은 중요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서 다른 우선순위에 쉽사리 밀려버리기 마련이잖아요. 특히 일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혜님도 일 때문에 소진된다 느낄 때가 있었나요?

완전 있죠. 사람이 약간 사막화 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찾은 방법은 나를 편안하게, 안전하게 해주는 사람들과의 여행과 덕질로 극복하고 있어요!

커리어 웰니스 팁

찰떡같지만 슬픈 표현이네요..! 내가 사막화가 되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리시나요?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다 없는거에요. 그렇다고 피곤하거나 지치고 누워있고 싶은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이거 먹어도 흥 저것도 흥. 사람의 욕망이 거세된 것 같은 느낌.

이럴 때가 내가 약간 번아웃 됐다고 느끼는 시점이고, 요즘 찾은 방법은 친구들이랑 1박 2일 여행을 짧게 짧게 다녀요. 아니면 덕질을 하죠.

회사에서 친한 친구 무리 하나, 전 직장 친구 무리들이랑 시간 되는 사람 3명 4명 해서 여행 다니고 있어요. 새로운 곳도 가보고 새로운 장소도 가보고 리프레쉬도 되고 좋은 사람들이랑 편안하게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혼자 있기 보다는 같이 어울리면서 내 곁에 이런 사람들이 있지 이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덕질은, 요즘 좀 뜸해졌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 보셨나요. 카카오페이지 웹툰이기도 하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덕분에 정조 덕질도 하고, 정조 역할 맡았던 준호 덕질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덕질은 자꾸 바뀌죠 (웃음)

커리어 웰니스 팁 3: 내가 솔직할 수 있는 안전 지대 찾기

사막화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계속 뭔가 쉬지 않고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나 불안감을 느낄 때, 나를 위한 바쁨이라기보다는 이유도 모른 채 바쁘게 지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정혜님도 그런 불안감을 느낄 때 있으셨나요?

가끔씩 있죠. 내가 원하는 것과 조직에서 원하는 것이 괴리감이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방향성이 같을 때는 이런 생각 안하는 것 같은데, 불안하다 느낄 때는 내가 이 일을 하는것이 과연 맞나, 의미가 있나, 나는 뭘 해야하지 이런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저도 이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정보들을 많이 모으기 시작해요. 관심 가는 영역을 찾아보고 이야기도 듣고요. 어쨋든 인터넷, 테크 쪽에 있고 이 일을 좋아하는데, web 3.0, 블록체인, NFT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어떻게 올 것인지 관심이 많아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리서치 하고 이 분야 전문가를 만나고 커뮤니티 모임에도 많이 가요. 그런 일들이 재밌어요.

7~8년 전에는 코딩 교육을 NGO처럼 하는 분들 있어서 자원 봉사 하면서 그 사람들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도 했었어요. IT랑 테크가 교육이랑 만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이야기도 흡수해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나의 관심을 끄는 새로운 주제, 카테고리 관련 정보들을 계속 보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어떻게 연결될까 호기심 갖고요.

커리어 웰니스 팁

일 스트레스를 일로 풀 때, 머리 아프진 않으세요?

저에게는 재미있어요. 일론머스크가 트위터 가지고 하는 일이라던지,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할까 상상해보기도 하고요. 그런거 하면서 재밌어하죠. 관심있는 사람들 모아서 같이 이야기하고. 내가 관심이 가는 것과 연관되는 것들을 막 찾고 하고 놀아요.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주변에 잘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내가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느낌을 가져보신 적은 없는지, 그런적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한창 고민 많았던 경력 6~7년차 즈음에 누군가 멘토가 적어도 2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런 분을 찾았어요. 선배랑 친하게 지내면서 투정도 부리고 상담도 하고요.

요즘에는 꾸준한 멤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 제가 주니어 때 만났던 선배는 요즘 다시 뵈어도 너무 자연스럽고 좋더라고요. 계속 꾸준히 했으면 훨씬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여행 다니는 동지클럽에게 내 고민도 이야기 하고요.

이야기하다보니까 내가 솔직할 수 있는 안전 지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혜님과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일에서 충족감을 느끼며 건강하게 일하는 분들의 특징은 ‘솔직함’ 이구나. 내가 못하는 것, 취약한 것을 드러내는 마음. 내가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도 솔직히 말하는 마음. 이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일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한편, 저는 건강 관리를 잘 못하거든요. 일을 잘 해내느라, 미팅에 참여하느라, 일단 빨리 하느라 등등의 갖은 이유로 저는 운동할 시간 혹은 건강 관리 할 시간을 제대로 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려면, 건강해야겠더라고요. 너무 기본적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아프면 말짱 도루묵 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1번이라도! PT를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루틴이라기에는 너무나 느슨하지만, 일단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루틴을 만들어 건강 관리를 해야겠다는 부담감 부터 내려놓을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가지랩 건강 전략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저와 또 정혜님과 같다면, 일이 내 삶에서 중요한 분들이라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건강하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마음껏 욕심 부리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아래의 질문에 한번 답해보시면 어떨까요?


커리어 웰니스 체크리스트

  • 일에서 목표를 높게 잡는 것, 욕심을 내보는 것, 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 목표와 욕심 ‘나를 위한 일’이여야 좋은 것 같아요. 여러분이 지금 하는 일은 누구를 위한 일인가요?

  • 일하느라 나의 건강 관리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면, 캘린더에 미팅 시간 잡듯 나를 위한 건강 관리 시간을 미리 세팅해볼까요? 지금 바로 캘린더에 입력해보세요!

  • 내가 ‘사막화된다’고 느낄 때 있으셨나요? 그럴 때 어떻게 해결하고 있었나요? 좀 더 지속 가능한, 나를 위한 해소법 무엇을 시도해보고 싶은가요?

  • 나를 위한 건강 루틴을 위해 아주 작은 단위의 계획을 세워볼까요?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나만의 건강 루틴을 한번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