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밑미 손하빈 대표 “건강한 나의 중심은 바로 나”

일에서 충족감을 느끼며 ‘건강하게’ 자신의 일과 삶을 가꿔 나가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밑미 손하빈 대표였습니다.

저는 하빈님을 2019년 초여름, 에어비앤비가 진행한 ‘여행자의 서재’라는 프로젝트에서 강연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행사장 소품으로 진열된 책과 가구, 방문객들에게 나눠줄 엽서, 리플렛 등 어느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인정을 떠나 내 이름을 걸고 내 일을 재밌게 잘하는 단단함이 느껴졌어요.


밑미 손하빈 대표의 커리어 웰니스 인터뷰 시작 계기

밑미 손하빈 대표의 커리어 웰니스

하빈님은 의식처럼 반복하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리추얼'이라고 정의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시는 건 '습관'이지만,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건 '리추얼'에 해당한다고 설명해요.

이 때 이 리추얼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요.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건강한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면 훨씬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20명 정도가 리추얼 메이커와 함께 3주~1달의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느슨한 연대가 됩니다.

밑미 손하빈 대표의 커리어 웰니스

그는 ‘타인의 기준을 걷어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매일 관찰하라, 시간이 쌓이면 내 삶에 대한 해상도도 높아질 것’ 이라고 강조하는데요. ‘건강한 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기준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커리어 웰니스 팁 1: 나를 위한 시간

직장인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되며, 일하는 방식이나 시간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직장인일때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일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에게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 계속 체크를 해요. 생각이 필요하고 그를 통한 능률이 필요한 일이라면 피곤한 상태에서 계속 일해봐야 결과가 안나오니까, 1~2시간 더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것이 더 낫겠다 등의 판단을 위해 나를 계속 관찰해요. 컨디션 안좋거나 까칠해지거나 짜증이 나면 이게 스위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때는 접고 쉬어요. 스트레스가 올라오면 계속 집중이 잘 안되고 똑같은 일 하는데 능률이 안오르는 느낌, 되게 작은건데 까칠해지고요.

미래를 너무 계획하지 않고, 진짜 하루살이로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을 생각하면 오늘의 컨디션이 중요하고 오늘 안좋으면 일찍 가서 잡니다. 저녁 약속도, 예전에는 거절을 못해서 많이 만났는데 일주일에 2개 이상 잡히면 거절하는 힘이 많이 생겼어요. 요즘에는 거절 많이 해요.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거든요. 질적으로 밀도 있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잘 해주는 것이 나를 위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내 시간을 질적으로 밀도 있게 쓰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신경써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건강’, 너무 당연하고 지루하게 들리기도 하잖아요. 사실 저는 그동안 ‘건강이 제일 중요하죠’ 라고 말만 하고 행동은 하나도 안했던 것 같아요. 하빈님은 어떤가요?

저는 상태가 안좋다고 느낄수록 운동 자주 해요. 눈뜨마자마 내가 쭉 가라앉는 기분이 들거나, 몸이 붓고, 얼굴 붓고요. 얼굴이 무거운 느낌이 있어요! 그러면 나가서 30분이라도 달리고 오면 기분이 완전 달라져요. 운동도 일부러 도구나 시간과 장소가 너무 정해진 것들을 안하려고 해요,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달리기 좋아해요. 시간만 있으면 나가서 달리면 되니까요.

커리어 웰니스 팁 러닝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매일 밤마다 감정일기 리추얼하고 있는게 큰 것 같아요. 밤에 일 스위치를 끄고, 감정일기 쓰고 내가 쓴 글 다시 읽어보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 알게 돼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너무 미래 걱정하고 계획하지 말고 오늘을 잘 살아내자는 마인드. 그 덕분에 스트레스 덜 받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이렇게 나를 잘 관찰하며 건강하게 살았던 편이였나요?

예전에는 무조건 약속 잡고 타인한테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나에게 중요한 사람한테 시간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인드로 완전히 바뀌었죠. 제가 힘들 때일수록 나한테 좋은 사람들 만나고요.

운동도 정신력 관리를 위해서 운동 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서, ‘몸이 내 정신이다’ 생각해요. 몸이 아프고 피곤하면 사람이 누구나 멘탈이 깨질 수 있잖아요. 몸 관리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게 제일 많이 변화한 것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밑미 하면서 다양한 케이스를 많이 보고 접하다보면 몸이 약하신 분들이 기분도 많이 다운되어 있고 우울증도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사람은 사실은 몸에 지배되고 있구나. 멘탈이 곧 몸이다. 마음이 안좋으면 운동해야지 걸어야지 뛰어야지’ 생각하게 된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그래서 내 상태를 알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실행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커리어 웰니스 팁 2: 남이 아닌, 나의 ‘기준’

일하며 건강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불안’도 크지 않을까 싶어요. 바쁘게 지내다 번아웃을 겪는 분들도 많이 뵙는데요. 하빈님은 ‘이렇게 있다가 뒤쳐지는 것 아닐까, 지금 이대로 괜찮나’ 하는 불안감 느껴본 적 없나요, 그럴 때 어떻게 했나요?

불안했었던 적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사라진 상태인데요. 불안한 이유는 결국 기준이 나한테 없었을 때 아닐까요.

몇년차인데 이쯤 되면 이걸 해야지, 다들 사이드 잡 하는데 왜 나는 못하지 하는 마음들이 불안을 부추긴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준이 남한테 있으면 통제할 수 없으니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려고 해요.

경기가 안좋아지고 하는 것 등은 통제할 수 없으니까, 미래를 인사이트 넘치게 계획한다 이런건 불가능하니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요. 내가 일하는 기준이 누구의 기준인지 자꾸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내며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작은 성취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불안한 이유는 결국 ‘내 것이 없어서’이고 굉장히 거대한 이상적인 나를 생각해서 일 수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것도 역시 하빈님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 요즘에 미씽 배우거든요. 진짜 못해요! 그런데 초보자의 마음을 배워보는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게, 우리가 불안한 이유가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이고 한편으로는 내가 잘 못하는 것, 잘 못하는 시절이 있었던 것을 자꾸 잊는 이유도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두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누구든지 어떤 분야에서는 초보자가 될 수 있잖아요.

제가 사실 대표가 되어 보니까 신입 사원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초보라서 하기 싫었던 일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요가도 너무 못하거든요. 못하는 것을 시도해보고 못했지만 했다 하는 마인드셋으로 바꾸고, 운전 처음 해보면 당연히 어렵지 하는 생각도 하고요. 운전 못한다고 한탄하면 주변에서 다들 ‘2달만 있으면 괜찮아져’ 라고 이야기해주는데 다른 일에도 다 적용되는 것 아닐까요.

커리어 웰니스 팁, 초보가 되어보기

‘우리는 왜 일, 인간 관계나 이런건 다 속도를 내려고 하고 처음부터 세련되려고 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당연히 못할 수 있지. 시간이 걸리지. 시간을 쓰는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고, 성공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니까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머리속에서 지우려고 노력을 오랫동안 했던 것 같아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보자! 이런 마음 아니였으면 저는 사업 못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마음이 편해져요.

커리어 웰니스 팁 3: 나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

우리 사회가 개인의 취약성을 드러내거나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에 인색해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주변에 잘 털어놓지 못해 더 지치는 분들도 많이 뵀는데, 하빈님이 조언을 좀 해주신다면?

일단 저는 자기 격려가 되지 않으면 연대감도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요. 나한테 나는 얼마나 격려를 해주고 있는가. 나는 나와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자애가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애정을 줄 수 없고 결국 남을 탓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아끼고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일기라도 써보세요.

내가 안전감을 느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살펴야 해요.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 사람’을 저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가까워도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위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오히려 더 상처가 될 수도 있죠. 이야기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공감 이라는 말 있잖아요. 들어만줘도 치유다. 그것을 너무 가까이서만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나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누구든지 취약한 모습이 있으니 그걸 좀 더 솔직하게, 내가 실제로 어려운 것들 자신 없는 것들을 이야기 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나의 못난 모습을 많이 이야기하는거죠. 저는 취약한 부분을 함께 일하는 직원 분들한테도 이야기 많이 하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요. 예를 들어 저 엑셀 로직 짜고 이런거 잘 못하는데 진짜 어렵다고 막 이야기 했더니 동료들이 다들 모여서 같이 해결 됐어요. 혼자 끙끙 앓고 짠 내놓으려 하지 않아서 더 잘됐던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아껴주는 말을 해주면서, 나는 잘하고 있다 좋다 충분하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나다 자꾸 해주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이렇게 같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하빈님과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키워드를 3가지만 꼽자면, '나', '시간', '기준' 이였던 것 같아요.

나를 위한 시간, 내 일에 대한 기준, 나를 먼저 배려하고 격려하는 것.

나를 위한 시간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루틴을 갖고 나를 건강하게 돌보고,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즐거운가 기준을 세우고 나를 먼저 격려해야 타인과의 연대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특히 제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일과 일상을 위해, 얼마나 '나'를 기준으로 질적으로 충족감을 느끼는 시간 보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이 글의 창을 그냥 닫기 전, 아래의 질문 중 하나라도 스스로에게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커리어 웰니스 체크리스트

  • 일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내가 나 스스로 하는 행동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건강 행동을 못하고 있다면,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한번 기록해보세요.

  • 하루 3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한번 만들어볼까요. 어떤 시간을 ‘Me time’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요?

  • 초보자의 마음으로 돌아가볼까요?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못해서 안하고 있던 것이 있다면?

  • 열심히 수고하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